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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경영리뷰(온라인)_2026년9월호(No.87)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26-09-05 23:18
첨부파일 : 파일 다운로드 융합경영리뷰_2026년 9월호_online.pdf

에디터 컬럼
 

AI 시대 도시와 농촌
 

인공지능은 기업의 업무 방식이나 개인의 일상만 바꾸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이 어디에서 살고, 일하고, 배우며, 돌봄을 받는지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에서 인공지능은 도시와 농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발전은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시설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했다. 그 결과 도시는 주택가격 상승, 교통 혼잡, 과밀화와 같은 문제를 겪었고, 농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일손 부족, 지역소멸의 위기에 직면했다.

AI 시대에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인가. 인공지능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더 똑똑해지는 도시


AI 시대의 도시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스마트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교통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신호체계를 조정하고, 인공지능이 버스와 지하철의 이용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CCTV와 각종 센서는 화재, 범죄, 침수와 같은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도록 돕는다.

의료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질병 진단을 지원하고, 행정 분야에서는 민원 상담과 복지서비스 안내가 자동화된다. 건물의 전력 사용량을 분석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탄소배출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도시가 똑똑해진다고 해서 모든 시민의 삶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새로운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이 디지털 기반 서비스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는 안전을 높이지만, 동시에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신용, 취업 가능성, 복지 대상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면 그 기준이 공정하고 투명한지도 살펴야 한다.

AI 도시의 핵심은 첨단기술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이 실제로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가에 있어야 한다.


농촌의 위기와 새로운 가능성


농촌은 도시보다 인공지능이 더 절실한 공간일 수 있다. 농촌에서는 이미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농사를 지을 사람이 줄어들고, 병원이나 은행, 상점과 같은 생활시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스마트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다. 온도, 습도, 일조량, 토양 상태와 작물의 생육정보를 센서로 수집하고, 인공지능이 물과 비료를 공급할 시점을 알려줄 수 있다. 병해충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농산물의 생산량과 출하시기를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농업인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했던 농업이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농업으로 바뀌는 것이다. 농촌의 고령자도 음성으로 질문하면 작물 관리 방법이나 병해충 대응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자율주행 농기계와 농업용 로봇은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할 수 있다.

AI는 농업뿐만 아니라 농촌의 생활환경도 변화시킬 수 있다. 원격진료와 건강관리 서비스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의 한계를 보완하고, 온라인교육은 농촌 학생에게 더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자율주행 교통수단과 수요응답형 버스는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의 생활을 지원할 수 있다.

농산물의 생산 과정과 품질 정보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농가는 기존 유통구조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다. 농촌의 자연, 음식, 역사와 문화를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관광·교육·체험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술만으로 농촌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스마트팜과 인공지능을 도입한다고 해서 농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첨단시설을 설치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데이터와 기술을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면 농민의 종속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

규모가 큰 농가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설비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지만, 소규모 농가와 고령농가는 변화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기술을 구입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시설이 방치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농촌의 AI 전환은 장비 보급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역별 작물과 농업환경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농민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현장 지원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여러 농가가 시설과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협동형 모델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업인이 자신의 경험과 데이터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농민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농민의 판단을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곳과 새롭게 생기는 곳


AI와 자동화가 확산되면 도시와 농촌의 일자리도 달라질 것이다. 도시에서는 단순 사무, 고객상담, 자료정리와 같은 업무가 줄어들 수 있다. 농촌에서도 반복적인 파종, 방제, 선별과 포장 작업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난다. 도시에서는 AI 시스템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직무가 늘어나고, 농촌에서는 스마트팜 운영자, 농업 데이터 분석가, 농업용 로봇 관리사, 온라인 유통 전문가와 같은 역할이 필요해진다.

농촌의 자원을 활용한 체험교육, 치유농업, 로컬푸드, 농촌관광, 워케이션 사업도 새로운 일자리가 될 수 있다. AI가 농촌의 작은 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 홍보, 예약 관리와 외국어 번역을 지원한다면 농촌에서도 적은 인원으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서 주민들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넘어


AI 시대에는 반드시 대도시에 있어야만 일할 수 있다는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원격근무와 온라인 협업이 일반화되면 일부 사람들은 생활비가 높고 혼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에서 일할 수 있다.

농촌의 빈집을 주거와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폐교나 유휴시설을 교육·창업·문화공간으로 바꿀 수도 있다. 지역의 농업과 관광, 교육, 돌봄을 연결한 작은 캠퍼스나 공동체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통신망, 교통, 의료, 교육과 돌봄 환경이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 단순히 도시 사람을 농촌으로 이주시키는 정책보다 기존 주민과 새로운 주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관계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AI 시대의 지역정책은 도시와 농촌을 서로 경쟁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는 농촌으로부터 식량, 자연환경, 휴식과 생태적 가치를 얻고, 농촌은 도시로부터 기술, 자본, 교육과 시장을 연결받는다. 도시와 농촌은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하나의 생활권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AI 전환


인공지능은 도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농촌의 부족한 인력과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지역에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준비된 도시와 농촌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은 더 큰 격차와 소외를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지역발전은 세 가지 방향을 가져야 한다.

첫째, 누구나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접근성과 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지역 주민이 기술과 데이터의 단순한 사용자가 아니라 기획과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셋째,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돌봄, 공동체, 환경과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AI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도시는 기술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도시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농촌도 기계가 농사를 대신하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연과 기술, 사람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도시와 농촌의 미래를 자동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는 결국 사람과 사회의 결정이다.

AI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확대하는 기술이 될지, 서로를 다시 연결하는 기술이 될지는 지금 우리가 어떤 정책과 공동체를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융합경영 리뷰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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